대한통운, 착하지 않은 기업?…'ESG경영' 첫걸음부터 S에 발목
올해 택배비 인상으로 수익성 개선 확대 기대
ESG 등급 구성하는 'S' 부문 미흡…전체 지표에 부정적 영향 '우려'
공개 2021-05-10 10:00:00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6일 19:1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CJ대한통운 홈페이지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코로나19 비대면 활성화에 따른 막대한 물동량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CJ대한통운(000120)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선 동떨어진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은 가격 인상을 기점으로 수익성과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지만 ESG 트렌드 속에서 업계 1위 사업자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고질적 문제인 사회부문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J대한통운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매출 10조7811억원, 영업이익은 5.9% 증가한 3253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택배사업 영향력이 상당했다. 지난해 택배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3조1961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대한통운은 택배를 포함한 물류가 약 55%, 글로벌 사업이 40% 포션을 차지한다.
 
올해 실적은 더욱 희망적이다. 최근 대한통운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소형박스 평균 계약단가를 기존 1600원에서 1850원으로 250원 인상했다. 대한통운 물동량 중 기업고객 소형박스 건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평균 단가 증가액을 200원으로 가정하면 연간 1600억원 수준의 개선효과가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등이 가정용 택배 가격을 1000~2000원 사이로 인상하는 만큼, 아직은 계획이 없다는 대한통운도 결국 가정택배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가정용 분까지 인상할 시 손익 효과는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는 대한통운의 수익성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통운이 수익성을 확대하며 업계 1위 사업자 입지를 단단히 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다만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ESG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그중에서도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S’ 부문이 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처/CJ대한통운 홈페이지
 
산업계는 지금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UN은 지난 2006년부터 책임투자원칙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관련기관에 ESG 지표를 고려한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 오는 2022년까지 운용자산 절반에 ESG 투자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외의 투자자들 역시 ESG를 지표를 기반으로 우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관련 펀드 편입을 확대하는 등 ESG 지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한통운은 그동안 ESG 중 사회적 활동을 나타내는 ‘S’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드러내 왔다. 지난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13건의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 중 대한통운에서만 총 6건의 사고가 발생했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공짜노동’으로 인식되는 과중한 택배 분류 업무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큰 비판을 받았다. 대한통운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4000명의 인력을 고용해 매년 5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하며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S’ 부문은 비단 근로자 처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한통운은 노동이슈 외에도 ‘S’ 부문을 구성하는 기부 등 사회적 지표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실제 대한통운은 지난 2019년 419억원에서 지난해는 절반 수준인 208억원을 기부했다. 이는 지난해 대한통운 매출의 0.019% 수준이다. 금액을 줄였음에도 수치만 놓고 봤을 때는 아직 업계 경쟁자인 한진보다 높은 편이지만, 대한통운 기부금 수치에는 종업원 복지를 위한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금이 포함돼 객관적인 사회적 활동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기간 한진은 지난 2019년 19억원에서 지난해 22억으로 기부금을 14% 이상 늘렸다. 'S' 부문을 구성하는 또 다른 지표로 불리는 '직원근속연수' 측면에서도 한진이 14.9년으로 대한통운 9.8년보다 높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지난해 열린 택배기사 과로문제와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 중 취재진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다. 출처/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10월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분류인력 투입, MP(소형택배분류기) 확대 등 기존 자동화 시설에 추가 투자를 하며 다각도에서 대책을 이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이행은 물론, 청각장애인 맞춤형 일자리인 ‘블루택배’ 확대 등 ESG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 올해 초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대한통운의 ESG 위험을 반영해 ‘S’ 부문 평가등급 기존 B+(양호)에서 B(미흡)로 조정했다. 'S', 'A+', 'A', 'B+', 'B', 'C', 'D'까지 총 7등급 중에서 5등급으로 하향한 것이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은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을 고려해 등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적인 ESG 등급은 이전과 동일한 AA-등급을 유지했다.
 
KCGS 정승현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에 “올해 대한통운 S부문 등급이 하향된 이유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 때문이다"라며 "등급을 상향시키는 복원은 해당 리스크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개선됐을 때 상향 복원을 검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통운은 사회등급이 한 등급 내려갔지만 나머지 등급 변화가 없어서 등급을 유지했는데, 리스크가 계속 발생해 (사회)등급이 더 내려가면 전체 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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