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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표준감사시간을 생각한다
공개 2021-04-02 08:30: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업무의 품질을 제고하고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의 보호를 위하여 감사인이 투입하여야 할 감사시간’으로서 신(新)외부감사법에 도입되었으며,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제정하여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한 ‘한국공인회계사회는 3년마다 감사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여 표준감사시간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 이를 반영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올해가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된 지 3년이 되는 해이므로 내년부터 적용될 표준감사시간을 위한 논의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표준감사시간과 관련하여 그동안 여러 비판이 존재해왔다.
 
첫째, 가장 큰 비판은 표준감사시간의 도입이 감사보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2019년 외부감사대상 회사의 평균 감사보수가 전년에 비해 21.6% 증가하였다. 평균 감사보수 증가의 주된 이유가 표준감사시간이라는 비판이다. 또한 2020년에도 평균 감사보수의 증가가 계속되었고, 시간당 감사보수도 증가했다고 비판한다. 
총감사보수는 투입된 감사시간과 시간당 감사보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총감사보수의 증가는 표준감사시간의 증가로 인한 부분과 시간당 감사보수의 증가로 인한 부분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총감사보수의 증가가 감사시간 증가만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감사시간의 증가는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또한 시간당 감사보수의 증가는 감사인에 대한 제재강화와 주기적 지정제로 인한 감사위험 증가가 반영되고, 과거 지나치게 낮았던 부분이 정상화되는 과정의 결과이다. 
 
둘째, 표준감사시간에 적용된 업종 분류가 6개(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금융업, 도소매업, 기타)로 너무 단순하여 산업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통적인 제조업과는 달리 인터넷 관련 업종의 경우는 자산은 적으나 매출액은 많으므로 표준감사시간 계산시 기업규모가 왜곡된다는 비판도 있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완벽한 산업분류는 있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같은 산업에 속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엄밀하게 말하면 같은 산업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삼성전자는 이익이 증가하지만 반도체를 만들지 않고 사용하는 LG전자는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할 수 있으므로 같은 산업으로 보기 어렵다. 산업분류를 세분화할수록 하나의 산업에 포함되는 기업수가 감소하여 추정이 어려운 문제도 존재한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현시점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산업을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표준감사시간을 정할 때도 과거와는 달리 기업규모를 단순히 자산총액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총액과 매출액의 단순평균금액’을 이용함으로써 변화된 기업규모를 반영하고 있다. 
 
셋째, 감사인의 의견 표명과 관련된 위험이나 책임부담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현재도 자산총액 대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비중으로 측정하는 ‘위험계정비중’이 포함되어 있고,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경우에 가중치 부여, 핵심감사제 시행시 가중치 부여 등 감사의견 표명과 관련된 위험이나 책임부담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넷째,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도입하지 않은 제도를 우리나라만 도입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의 2017년 보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감사투입시간은 일본의 37∼83%, 미국의 20∼41% 수준이므로 최근 표준감사시간의 도입으로 감사시간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총감사보수가 증가해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아직 한참 낮은 수준이다.
 
표준감사시간의 시행 외에 주기적 지정제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 실시 등 여러 제도의 시행으로 기업의 부담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의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현행 표준감사시간을 재검토하여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고, 표준감사시간의 탄력적인 운용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표준감사시간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감사시간이 우리나라의 낮은 감사품질의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도입된 것으로 당분간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제도이므로 표준감사시간의 폐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된 지 3년이 되어 곧 시작될 표준감사시간의 타당성 검토는 표준감사시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모두 지혜를 모아 표준감사시간이 잘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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