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족쇄' 찬 카페베네…기업존속 위기 부른다
공격적 점포 확장의 그늘…5년째 완전자본잠식
마이너스 영업이익률·1배 미만 이자보상배율 3년 이상 지속
법정관리 후에도 존립 위기 여전
공개 2021-01-29 10:00:0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16: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실적 부진과 자본잠식에 빠져 허덕이는 카페베네가 고강도 쇄신책을 꺼내 들어도 여전히 홀로서기에 버거운 상황에 놓였다. 카페베네는 창립자인 김선권 전 대표의 품을 벗어나 해외자본이 사들인데 이어 법정관리까지 거쳤지만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5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어 기업존속 위기를 부르고 있다.
 
카페베네 매장 전경. 출처/카페베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페베네의 2020년 3분기 매출은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200억원) 대비 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나 당기순손익은 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4%로 집계됐다. 이익잉여금은 -767억원으로 자본금(30억원) 보다 컸고 자본총계는 -16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08년 국내 커피시장에 발을 내디딘 카페베네는 창립 5년 만에 국내외 점포 1000개를 넘어서는 등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지속했다. 내실 보다 양적 성장에만 급급했던 결과 성장세는 2013년부터 둔화됐다.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카페베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3년 전년 대비 각각 15%, 40% 급감한 1874억원, 4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4년 중국·미국 등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업손실(29억원)과 1560억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았다.
 
2016년 결국 사모펀드의 품에 안기게 됐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김선권 전 대표는 두차례 구조조정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카페베네 경영권을 사모펀드 운용사 K3제오호사모투자전문회사·싱가포르의 푸드엠파이어그룹·인도네시아 살림그룹 합작법인 ‘한류벤처스’ 등에 넘겼다. 당시 카페베네는 브랜드 강화, 실행력 강화, 온라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주요 전략방향으로 강도 높은 브랜드 혁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가 된 해외 합작법인은 재무개선을 위해 구조조정과 550억원을 투입해 채무 줄이기에 나섰다.  2015년 1156억원 수준의 부채는 2016년 990억원, 2017년 7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잉여현금흐름의 규모가 2015년 -62억원에서 2017년 -204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고 이익잉여금 역시 -222억원에서 -754억원으로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카페베네는 2018년 1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기업회생절차는 채무초과 등 한계에 봉착한 기업이 부실자산과 악성채무를 털어내고 건전한 기업으로 회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법정절차에 따라 경영을 한 뒤 경영여건이 호전되면 기업을 회생시키고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청산단계로 전환된다.
 
그해 10월 카페베네는 출자전환을 마무리 짓고 변제예정액을 모두 갚으면서 신청 9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마치게 됐다. 당시 카페베네는 2019년 회생담보권 100% 현금변제과 회생채권 30% 출자전환, 70% 현금변제 등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자였던 산업은행이 주요 주주(11.5%)가 됐고 기존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K3에쿼티파트너스, 싱가포르-인도네시아 합작사인 ‘한류벤처스’ 등과 공동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경영은 K3에쿼티파트너스 대표인 박그레타 대표가 맡고 있다. 
 
문제는 카페베네를 살리기 위한 수년에 걸친 고강도 쇄신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카페베네 이익잉여금은 이미 마이너스(-222억원)로 접어들어 자본금을 까먹고 있었다. 당시 자본금과 잉여금을 합한 자본총계가 26억원으로 자본금 266억원보다 낮아 자본잠식률이 90%에 달했다.
 
이후 2016년부터 마이너스 이익잉여금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카페베네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5년간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자본잠식은 회사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마저 다 까먹은 상태를 뜻한다. 상장사가 아니어서 상장폐지 등 페널티는 없지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존립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좀처럼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카페베네의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40억원서 2014년 영업손실 29억원으로 적자전환된 이후 2015년 -114억원, 2016년 -134억원, 2017년 -29억원, 2018년 -8억원, 2019년 2억원, 2020년 3분기 -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매출의 경우 2013년 1874억원에서 2019년 264억원으로 86%(1610억원)나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2014년 -2%, 2015년 -9%, 2016년 -16%, 2017년 -6%, 2018년 -3% 총 5년간 마이너스를 보였고 2019년 1%대로 반등했지만 2020년 3분기 다시 -4%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이자보상배율도 수년째 1배 미만을 나타냈다. 최근 5년간 카페베네의 이자보상배율을 살펴보면 2015년 -1.8배, 2016년 -4.3배, 2017년 1.5배, 2018년 0.5배, 2019년 0.1배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은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미 카페베네는 3년 이상 1배 미만을 기록함에 따라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카페베네를 인수한 해외 합작법인 등 사모투자펀드는 기업의 경영권에 참여해 투자가치를 높여 그 차익을 얻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적 개선과 자본잠식 탈피가 절실한 상황이다.
 
카페베네는 지난 2019년 내실과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자 BI와 SI를 교체한 바 있다.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국내외 시장서 수익창출을 꾀하고 이를 통해 완전자본잠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새로운 아이덴티티 매장은 고객은 물론 기존점, 신규 창업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최근 대만과 향후 5년간 매장을 40개 추가 오픈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계약을 맺는 등 해외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과일청 등 핵심 상품 MD를 미국을 비롯한 11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수익성을 창출하고 완전자본잠식에서 탈피하려 한다”라며 “카페베네를 기억하고 있는 고객들도 변화된 디자인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아 올해는 저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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