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한국타이어…조현범 사장, 경영권 승계 무리수 행보?
그룹 지주사 최대주주 오른 조현범 사장
항소심 집행유예…가족 내 경영권 분쟁 중
소액주주 반발 자회사 합병, 승계자금 의혹
공개 2021-01-04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9일 14:5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조현범 사장. 출처/뉴시스
 
[IB토마토 노태영 기자]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 승계를 굳혔던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조 사장은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지난달 지주회사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형인 조현식 부회장 등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법적분쟁 중인 가운데 최근에는 배터리 전문 자회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023890) 합병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현범 사장이 무리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여러 파열음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이번 합병에 대해 제동을 건 셈이다. 지난 9일에 이어 벌써 두 번째 제동이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결과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합병비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은 결국 공시된 합병비율대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지배주주가 일반주주 재산 수천억원을 편취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달 30일 자회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합병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 방식이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소액주주 측은 "현재 합병방식은 전체 주주 공동 재산인 자사주에 대한 신주를 모두 지배주주가 가져가는 방식"이라며 "자사주 신주를 지배주주에게만 배정해 합병 비율이 지배주주 1대 9.76, 일반주주 1대 3.39로 약 3배 차이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병안대로면 자사주 신주 배정 여부와 무관하게 차등 배정을 초래해 지배주주가 일반주주 재산 수천억원을 편취하게 된다"라며 "금융감독원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자사주 소각 후 합병 등 정정 요구를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실적 추이. 출처/신영증권
 
현재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31.1%, 자사주가 58.4%, 소액주주들이 10.4%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비율이 최대주주보다 많은 상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비중이 높은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소액주주들은 결국 오너 일가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면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 42.9%로 최대주주에 오른 조현범 사장이 가장 큰 이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액주주 중 하나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측은 "사실상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사주에 대해 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아트라스비엑스 주주들이 누려야 할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주 가치 상승분을 최대주주만 누리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감독당국의 적절한 규제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출처/삼성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소액주주의 가치 상승분을 무시한 합병비율을 강행하는 이면에는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지난 6월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 전량인 2194만2693주(23.59%)를 차남인 조 사장에게 넘겼다. 조 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은 19.31%에서 42.9%로 단숨에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문제는 주식매입대금 출처다. 조양래 회장의 지분 전량은 당시 주당 1만1150원, 총 2446억원에 이른다. 자금이 부족했던 조 사장은 기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2200억원을 대출받아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자금 확보가 절실하고 시급하다. 조현범 사장 입장에서는 소액주주의 가치 상승분을 인정할 경우 자신이 최대주주로 받을 수 있는 가치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적으로 합병 비율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조현범 사장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족 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이다.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으로 지분을 매각한 게 아니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절차를 청구했다. 조 이사장은 "아버님의 신념과 철학이 무너지는 결정과 불합리한 의사소통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비밀리에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갑자기 이뤄졌다"라고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 회장의 차녀인 조희원씨도 절차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성년후견이란 독자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성년이 보증을 서거나 타인과 계약을 맺을 경우 후견인의 동의를 얻거나 후견인이 대리하게 하는 제도다. 성년후견심판 청구가 인용될 경우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을 매각한 조양래 회장 결정에 효력이 없다는 후속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조 사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로 볼 수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합병을 일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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