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강, BW로 돈줄 터야하는데…'경영권 다툼'에 차질
지분은 최준석 vs 이사회 장악은 케이원피플
잇따른 BW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자금계획 차질
공개 2020-10-14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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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제일제강(023440)(제일제강공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발행이 경영권 다툼으로 늦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정했지만 최대 주주의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청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제강은 지난달 28일 주요상황보고서(신주인수권부사채권발행결정)에 대한 정정신고를 공시했다. BW 발행 결정 공시 후 4번째 정정공시다.
 
대부분 BW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연관돼 있다. 제일제강은 지난 7월9일 BW 발행 결정 공시를 한 후 3번의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당했다. 7월21일 최대주주인 최준석 제일제강 전 대표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8월27일에는 채권자 김덕겸·김영철·주식회사 코스틸이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자들의 소송은 소 취하 결정으로 마무리됐지만 최준석 전 대표의 소송을 법원에서 받아들였고 제일제강은 지난달 1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일반 공모에서 주주우선 공모로 변경했다. 그러자 최준석 전 대표는 같은 달 23일 또다시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최대주주와 2대 주주 간의 경영권 분쟁 탓이다. 2019년 2월 케이원피플이 당시 5.36% 지분 취득한 후 추가 지분 확대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최준석 전 대표 측은 같은 해 3월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지분을 16.4%에서 28%까지 확대했다. 이에 케이원피플은 2019년 1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노금희 케이원피플 대표를 제일제강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14명의 이사 중 11명을 자기 쪽 이사들로 구성하면서 반격했다.
 
최준석 전 대표는 현재 특수관계인 포함 26.2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지만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이사회는 특수관계인을 포함 20.77%의 지분을 가진 케이원피플이 장악한 상황인 것이다.
 
양측은 서로 소송을 통해 서로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 케이원피플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발행이 무효라는 소송을 걸었고 최준석 전 대표는 2대 주주의 경영 지배력을 없애기 위해 주주총회 결의 취소 등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최준석 전 대표가 이번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지분 변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행사가액 기준으로 신주인수권 전액이 행사됐다고 산정하면 최준석 전 대표 측의 지분율은 18.98%로 20% 아래로 떨어지기에 BW 발행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제기했던 소송에서 법원은 “케이엔피플 측이 최준석 전 대표와 제일제강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임이 명백한 이상 신주인수권의 양도 및 행사 여부에 따라 제일제강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며 최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BW 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가처분신청으로 인해 금융감독원에서 정정을 요구할 경우 기존에 계획했던 일정은 미뤄질 가능성이 생기며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에는 발행 차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제일제강은 BW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금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원자재 구매와 차입금 상환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내수경기 침체,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 등으로 매출이 2017년 310억원, 2018년 305억원, 2019년 251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연강선재 제품의 매출 비중이 90%를 넘는 만큼 제일제강의 주요 원자재는 슬라브(SLAB)로 매입 단가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도입단가가 수입에 비해 10~20% 낮은 국산 슬라브를 매입하는 것이 수익성에 유리하지만 매입처에서 현금결제를 요구하고 있어 현금유동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작년의 경우 국내 원재료 수급 악화로 수입 원재료 구매가 늘어났고, 매출 감소세에 재료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결국 BW 발행을 통한 외부 자금조달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 안정적으로 국내 원재료를 구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차입금 상환의 경우 제일제강의 6월 말 기준 차입금 234억원 전액이 단기차입금으로 구성돼 추후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상환이나 만기 연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자금조달로 차입금을 줄여 금융비용 절감과 재무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99억원은 원자재 구매자금으로 96억7200만원은 차입금을 갚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상황에 따라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제일제강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정정신고한대로 BW 발행을 진행해나갈 예정으로 변동사항은 없다”라며 “다만 금융감독원에서 정정을 요구하거나 가처분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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