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차남' 김동원 추진 '한화생명 디지털' 멈추나
금감원, 9월 초 한화생명 대주주 부당 지원 의혹 제재 결정
한화가 차남 김동원 상무 주도 '디지털 드라이브' 타격
순이익 감소 등 실적 악화 및 신용등급 전망 하향 부정적
공개 2020-08-28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6일 10: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출처/한화생명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한화생명(088350)이 수익성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용등급 하향 전망과 신사업 차질 우려 등으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상무가 주도하는 '디지털 드라이브'가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결과 여부에 따라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26일 재계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지만 보험업계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경쟁적으로 디지털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제재를 받는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면서 "오너가 자제가 주도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성공을 위해 모든 가용 자산을 동원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맡고 있는 김동원 상무의 주도로 디지털 중심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김 상무는 지난해 8월부터 CDSO를 맡았다.
 
기존 13개 사업본부 50개팀에서 15개 사업본부 65개팀으로 변경했다. 눈에 띄는 점은 15개 사업본부 중 9개가 디지털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전체 임원 56명 중 디지털 및 신사업 담당 임원은 22명이다. 
 
문제는 김 상무 주도로 이뤄진 디지털 사업이 금융당국의 제재 가능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오는 9월3일 한화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따른 두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핵심은 대주주 부당지원 여부다. 한화생명이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주시키며 공사비를 받지 않고 내부 인테리어를 해준 의혹이다. 한화생명이 자회사인 한화63시티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점도 거론된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대주주에게 부동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정상 범위를 벗어난 가격으로 매매·교환할 수 없다.
 
이날 기관경고를 받을 경우 디지털 사업은 당분간 멈추게 된다. 1년간 감독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이미 빅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분석 및 고객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별 위험예측 모델을 계약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조기 보험금 지급 확률이 높은 건들을 예측해 과다보험금 청구를 사전에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앞으로 수익성 강화가 급선무다. 기존 방식으로는 수익성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강화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화생명은 별도 기준 올해 2분기 잠정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3.36% 증가한 1279억88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 1387억6500만원, 매출액은 17.96% 줄어든 3조4743억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은 선방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개선됐으나 점차 의료 이용이 정상화되고 있어 손해율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3월 말 -116bp이던 이차역마진도 -123bp로 확대됐으며 당분간 추가적인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순이익은 감소세다. 한화생명 순이익은 별도 기준 2017년 5254억원에서 2018년 3592억원, 2019년 1146억원 순으로 줄어들고 있다. 
 
출처/나신평
 
2017년 이후 생사혼합보험을 중심으로 신규 보험영업 규모가 감소하면서 수입보험료가 축소됐다. 2018년 이후부터는 보험료수익 감소 및 해약환급금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등의 영향으로 보험영업 부문의 실적이 저하됐다. 보험영업이익은 2017년 5381억원에서 2018년 -7655억원, 2019년 -628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현재 자산건전성은 우수한 수준이다"면서도 "해외 투자규모와 신용여신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국내외 경기 동향과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대손비용과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에 따라 올해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생명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AAA/안정적'에서 'AA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아울러 한화생명은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생명보험사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으로 꼽힌다. IFRS17은 원가로 하던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험사는 건전성이 악화돼 자본을 더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감원 종합검사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사안으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 대응 여부를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면서 "디지털 관련 사업을 포함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한화종합화학이 상장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어 상장으로 기업가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에이치솔루션 지분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25%),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25%)이 갖고 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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