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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당기 감사인 간 의견불일치의 해결방안
공개 2020-08-21 08:30:0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9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올 초에 전기 감사인과 당기 감사인의 의견이 달라서 논란이 된 사례가 많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한미사이언스(주)의 사례다. 한미약품(128940)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는 주요 자회사인 한미약품의 지분 41.3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그동안 한미약품을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런데 한미사이언스 외부감사인으로 2019년에 새로 선임된 한영회계법인은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에 대해 실질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계기업으로 분류해온 한미약품을 종속기업으로 바꾸어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입장에서는 그동안 지분율이 50% 미만인 한미약품을 연결대상에서 제외하였고, 2018년까지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도 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2019년에 새로 외부감사를 담당하게 된 한영회계법인이 한미약품을 연결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영회계법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정의견이 표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받아들이면 한미사이언스의 과거 8년치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고, 감리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1월 말에 개최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질의회신연석회의’에서는 연결대상 여부에 대해 개별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라고 회신하여, 한미사이언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결론을 내려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한미사이언스의 예처럼 전기와 당기 감사인의 의견이 달라서 기업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최근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직권 지정제의 확대와 주기적 지정제의 실시로 감사인의 교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직권지정제는 감리 후 제재를 받은 기업이나 상장예정 기업,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 등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이고, 주기적 지정제는 상장회사와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가 6년 연속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후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2020년에 직권지정제 대상은 603개사이고 새로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 대상은 220개사로서 올해 지정을 받은 기업은 823개사다. 
 
둘째, 2018년 11월에 시행된 신 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감사인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강화된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당기 감사인이 기존 재무제표에 대해 깐깐한 잣대로 수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셋째, 원칙중심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특징으로 인해 회계처리에 대하여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기와 당기 감사인 간의 의견불일치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회계기준원 등이 중심이 돼 회계처리기준 질의회신에 적극적으로 나서 모호한 회계처리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한다. 회계처리에 대한 질의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질의내용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존재한다. 질의하는 회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질의한 내용을 전제로 한 회신을 적극적으로 하여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의견불일치가 발생해서 전기 재무제표가 재작성되어도 감리지적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전기 재무제표의 재작성에 대하여 회사와 전기 감사인이 크게 저항하는 이유는 재무제표가 재작성되는 경우에 감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명백한 오류나 부정이 아닌 이상 전기 재무제표가 재작성되어도 감리대상으로 선정해서는 안 된다. 
 
셋째, 원칙중심 회계에서는 하나의 거래에 대하여 둘 이상의 회계처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전기 재무제표가 재작성되더라도 전기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 차이를 반영하는 절차임을 인정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전기와 당기 감사인 간 의견 불일치가 있을 경우 “전기오류수정 협의회”를 운영하여, 회사, 전기와 당기 감사인 간 조율절차를 우선 거치도록 하고, 회계감리 조치가 있을 경우에 협의회의 충실한 협의를 거친 사항은 정상참작 사유로 보아 최소 1단계 이상 감경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하였다. 다만, 전기와 당기 감사인 간의 의견불일치는 ‘전기오류’가 아니라 전문가 간의 의견이 다른 경우에 해당하므로 “전기오류수정 협의회”라는 명칭에 문제가 있다. 
 
전기와 당기 감사인 간의 의견불일치가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져 회계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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