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나비효과…맥스로텍 등 코스닥에 칼 휘두르는 신평사
완성차 부품업체 신용등급 줄줄이 하락
"재무여력 열위한 부품사,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더 커"
공개 2020-05-22 09:20:0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17:3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정기평가 시즌에 접어든 신용평가사들이 코스닥 상장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재무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코스닥 부품업체들은 타격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는 예측 등에서 비롯된 결과다.
 
20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는 코스닥 상장사의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을 잇따라 강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4~6월은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대거 재조정되는 시기다. 전년 결산실적이 반영되는 정기평가 시즌이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신평사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은 극히 적다.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는 무보증채권, 기업어음,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희망하는 기업의 의뢰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회사채 발행 이슈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코스닥 기업은 신용등급 보유 유인도 적은 셈이다. 게다가 코스닥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비 수익성·재무안정성이 대체로 열위해 신용등급도 낮게 책정된다.
 
따라서 코스닥 상장사 중 주로 완성차 부품업체들이 신평사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대체로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등의 협력사로 있다. 달리 말하면, 이들의 신용등급은 현대·기아차의 사업환경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완성차 부품업체들의 금번 신용등급 강등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완성차 산업 악화에 좌우됐다. 전년도 결산실적을 토대로 이뤄지는 정기평가와는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한 전방위적 압박이 기업 실적에 반영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악화로 완성차 수요 위축 우려가 크게 불거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사치재의 성격도 띠고 있어 실업률 등 거시경제 변수와 밀접한 경향을 보인다. 일례로 미국 노동부는 자국의 4월 실업률을 지난달 대비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14.7%로 발표했고,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기준 미국 실업률이 금융위기 수준과 유사한 10%에서 최고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월 일시 공장가동을 중단했던 현대차 울산 출고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기업평가는 완성차 부품업체 맥스로텍(141070)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부정적'에서 'B/부정적'으로 내렸다. 맥스로텍은 현대·기아차 실린더 공장의 갠트리로봇 등 자동화설비를 공급하고, 동시에 실린더블록/헤드 가공사업을 영위하는데, 한기평은 코로나19로 인해 현대·기아차 완성차업체의 투자제한이 예상돼, 결과적으로 맥스로텍 수익성도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린더블록/헤드 매출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수익성이 높지 않아 현금흐름에 기여하는 바는 적을 것으로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엠에스오토텍(123040)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엠에스오토텍은 차체 바닥(Floor), 몸체 기둥(Side) 등을 제작하는데, 한신평은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완성차 수요 위축 등으로 엠에스오토텍 매출도 감소할 것으로 봤다. 엠에스오토텍은 지난해 기준 매출의 57%를 국내에서, 23%를 미국에서, 10%를 인도에서 창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엠에스오토텍을 포함해 현대·기아차 국내공장 및 해외공장 위주로 납품하는 계열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성엘텍(025440)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으로 내렸다. 완성차 업황 악화로 현대차그룹의 감산 가능성이 대두되는 중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성엘텍의 중국 청도공장 가동이 한 달 가량 중단된 바 있기 때문이다. 대성엘텍은 매출의 25%를 중국 청도에서 내고 있다. 나신평은 코로나19로 대성엘텍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감소한 3196억원을 기록할 것이며, 실적은 2021년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품업체는 완성차 업체 대비 재무여력이 열위하므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더 크다”면서 “투기등급 이하 부품업체의 유동성 현황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도 “완성차업체의 위축은 자동차업계 서플라이 체인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부품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특히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국 지역에 매출 기반을 두고 있는 부품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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