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환 자금 2조9000억…갈수록 '빚' 부담 커지는 한화솔루션
코로나19확산·유가 급락에 산업환경 불확실성 높아져
공개 2020-04-08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6일 11:3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더딘 실적 개선과 지속되는 투자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전망 하락으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 가운데 올 한 해만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 2조9000억원이 넘어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6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연결 기준 매출 9조5032억원, 영업이익 3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1%, 6.8% 늘어났다. 당기순손실이 2489억원 발생했지만 이는 폴리실리콘 설비에 대한 전액 상각 처리라는 일회성 비용의 영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기별 실적을 보면 4분기 수익성은 악화됐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분기별 영업이익은 1분기 983억원, 2분기 975억원, 3분기 1525억원, 4분기 3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태양광 사업 부문이 태양광 모듈 평균단가(ASP) 상승 등으로 76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비수기 영향에 원료가격까지 오른 케미칼 사업이 46억원의 적자를 냈고 첨단소재 부문도 해외법인 판매 부진과 고객사의 연말 일회성 비용 반영 영향으로 1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이 다른 분기 대비 부진한 영업이익의 원인이 됐다.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 확산과 석유생산국의 패권 다툼으로 인한 유가 하락으로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케미칼, 태양광 등 사업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실적 개선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케미칼 사업의 경우 주요 판매 상품 대부분의 시황 전망이 밝지 않다.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은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황 개선이 제한적이고 가성소다(CA)는 동북아시아 지역 주요 CA업체들의 증설 및 증산 영향으로 국제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염화비닐(PVC)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중장기적인 영향이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안타증권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2.3% 줄어든 764억원으로 추정했다.
 
실적 전망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차입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2018년 11월 한화큐셀코리아를 인수하면서 한화큐셀코리아의 차입금 1조2000억원이 반영되며 차입금이 증가했다.
 
여기에 사업 전반적인 대규모 투자는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케미칼은 PVC-VCM 증설에 1730억원, XLPE C6에 841억원, DEHCH 증설에 450억원, XDI에 411억원을 투입했으며 리테일은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에 4500억원, 자회사인 한화토탈의 NCC Side Cracker 증설에 1470억원, PP증설에 3800억원, 여천 NCC의 NCC 및 BD 증설 7400억원 등 규모가 총 2조602억원이다.
 
한화솔루션의 차입금 추이를 보면 총차입금은 2017년 4조4174억원, 2018년 5조8885억원, 2019년 6조6196억원으로 늘고 있으며 순차입금도 마찬가지로 2017년 3조2743억원에서 2018년 4조4885억원, 2019년 5조70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17년 120.6%에서 2018년 144.6%, 2019년 170.1%로 나빠지고 있으며 순차입금 의존도 역시 2017년 24%에서 2018년 29.5%, 2019년 32.3%로 악화됐다.
 
여기에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 3조원에 육박한다. 증권업계 계산에 따르면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2조90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2조2387억원, 회사채가 6627억원이다. 2019년 말 한화솔루션의 보유 현금은 1조845억원이다. 
 
한화솔루션 연결기준 주요 안전성 지표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한화솔루션의 유형자산을 활용한 외부자금 조달능력을 고려하면 단기 유동성 위험은 그리 크지 않겠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되고 있는 점은 상환 부담을 키운다.
 
지난 3일 기준 신용등급 최상위권인 A1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는 연 2.19%로 3년 만기 회사채(AA-)의 유통금리 2.098%를 넘어섰다. 91일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가 3년을 빌릴 때 줘야 하는 이자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이에 자금이 단기 시장으로 몰리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
 
더구나 나이스신용평가는 산업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로 실적 개선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 부담이 존재하는 점, 현금창출능력 대비 높은 수준의 차입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들어 한화솔루션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Stable)에서 AA-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락으로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조성한 채권시장안정 펀드의 채권 매입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 채권시장안정 펀드의 회사채 투자 신용등급 기준이 AA등급 이상이라서 AA-부정적인 한화솔루션의 회사채가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동성 문제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신용등급 관련 리스크 가능성이 큰 편으로 다른 화학 업체에 비해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과도한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보유자산 유동화와 투자 규모 축소 및 이연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순차입금 감소를 계획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보유자산 유동화는 현재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차입금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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