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쇼핑, 리츠 향한 자산매각 차질 빚나
보유자산 매각에 따른 보유세 절감 효과 누리기 어려울 수도
공개 2020-02-26 09:2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10:5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롯데쇼핑이 코로나19 확산에 보유 부동산 매각 일정이 미뤄질 위기에 처했다. 당초 롯데리츠에 주요 매장을 추가로 편입시켜 자금 유동성을 꾀할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롯데쇼핑으로서는 롯데리츠에 부동산 자산을 편입시키면 부동산 보유세를 줄일 수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지난 13일 롯데쇼핑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롭스 매장 700여 개 중 200여 개(30%)를 폐점하기로 했다. 롯데슈퍼는 현재 412개 가운데 70여 개, 롯데마트는 124개 중 50여 개의 문을 닫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해두고 있다. 롯데쇼핑의 적자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대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펀더멘털에 악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의 본격 확산으로 롯데쇼핑이 롯데리츠에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롯데쇼핑의 재무 상황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코로나19에 따라 실적이 타격을 입고 있어 롯데쇼핑이 언제 롯데리츠와 자산 편입을 두고 협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롯데리츠가 롯데쇼핑 보유 점포를 자산에 편입하게 되면 롯데쇼핑은 부동산 보유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릴 수 있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에 따라 70% 이상의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매년 1000억원 수준의 부동산 보유세를 내고 있는데 만약 보유자산을 모두 리츠로 편입시키면 약 700억원가량의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롯데리츠 관계자는 “롯데리츠가 현재 롯데쇼핑 점포 가운데 84곳에 한해 우선매수협상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와 롯데쇼핑 등과 협의를 통해 협상권을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직까지 구체적인 자산 편입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쇼핑과 추후 협의를 통해 스케줄을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은 현재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85.2%, 차입금의존도는 47.8%로 2018년 말 대비 각각 111.3%, 29.7%에서 크게 높아졌다. 또한 2019년 연간 기준 법인세차감전손실은 무려 1조1890억원으로 2018년(94억원 손실)보다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사용권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하게 되자 롯데쇼핑의 손실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부실한 점포를 구조조정하고 있는 만큼 롯데리츠가 추가로 점포를 편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리츠는 편입한 부동산 자산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기반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꾸준히 임대료가 나오는 우량한 점포를 편입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리츠는 84곳 가운데 ‘옥석가리기’를 통해 부실한 점포를 제외하고 우량자산만 편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은 매장들은 롯데리츠가 우선매수협상권을 보유한 84곳과는 겹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점포 가운데 대부분이 임차 매장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츠와 롯데쇼핑이 우선매수협상권과 관련해 계약을 한 만큼 롯데쇼핑이 임차한 매장은 제외하고 우선매수협상권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롯데쇼핑이 임차하고 있는 자산을 제외하고 롯데백화점이나 롯데할인점 등이 보유한 자산가치는 모두 8조6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유통회사 가운데 최대 규모”라며 “대부분의 점포가 모두 사업성이 좋은 상업지역이라 자산 가치가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리츠에 롯데쇼핑 자산을 편입하게 되면 보유세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절감 효과 때문에 편입 스케줄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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