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부진이 버거운 경방…힘싣는 베트남도 '적자 늪'
인건비 상승·내수부진으로 공장 돌릴수록 적자
베트남 이전 승부수…국제 면화 가격 발목
공개 2019-12-04 09:3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5: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경방(000050)의 섬유사업본부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면방직 산업의 업황 악화가 심각한 가운데, 효율성 증대를 위해 자회사인 경방베트남의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경방베트남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방은 면방직과 복합쇼핑몰·백화점업, 호텔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다만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9년 출범 당시 시작이 면방직이었기 때문에 섬유사업이 회사의 근간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재 경방의 주 수익원은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다. 면방직 산업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섬유사업부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경방의 매출액은 2521억원, 영업이익은 21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가, 영업이익은 34.5%가 감소했다.
 
사업별로 보면 섬유사업부가 매출 1300억원과 영업손실 122억원, 복합쇼핑몰사업부가 매출 1299억원과 영업이익 335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보면 매출에서 섬유사업부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도 볼 수 있지만, 섬유사업부의 실적은 경방베트남이 포함된 것으로 그것을 빼면 복합쇼핑몰 사업부와 큰 격차가 드러난다.
 
별도 기준 섬유사업부의 매출은 580억원으로 복합쇼핑몰 사업부 매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영업손실도 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면방직은 노동 집약 산업으로서 과거 1970~80년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성기를 이뤘으나 1990년대 이후 가중되는 인건비 상승과 저개발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저렴한 제품들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주 52시간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이 더 늘었으며 국내 경기 침체로 내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중무역전쟁 영향으로 국제 원면 값이 하락세를 기록하며 수출도 적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비용 증가 압박에 내수 소비 감소, 미·중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타격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라며 “국내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방은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진 베트남으로 진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용인과 광주 공장의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투자설비를 경방베트남의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했으며 1·2·3공장에서 약 10만4000추의 면사 및 혼방사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5만추 규모의 4공장이 증설 중이다.
 
지금까지 경방베트남에 4200만달러(약 495억원)의 현금 출자를 진행하며 힘을 싣고 있다.
 
베트남도 경쟁 치열…적자 극복 가능할까?
 
경방은 베트남 공장 생산 집중을 통해 단기적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생산 효율성의 증가로 경영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문제는 경방베트남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데 있다.
 
베트남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방 외에 일신방직(003200), DI동일(001530), 방림(003610), SG충방(001380), 국일 방적 등 6개 업체가 진출했으며 중국과 대만 면방업체도 대거 뛰어들었다. 베트남 자체 생산량이 늘면서 면사 물량이 다 소비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방글라데시, 중남미 지역으로 수출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중무역전쟁으로 국제 원면 가격이 지난달 기준 파운드 당 65센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11월 셋째 주에는 63센트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원면 값이 파운드당 70센트는 넘어야 적자구조를 탈피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양국의 무역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원면 가격 상승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경방베트남은 올해 3분기 누적 99억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이미 작년 순손실 51억원을 넘어섰다.
 
대한방직협회 관계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효과를 예상하며 국내는 물론 중국, 대만 업체가 베트남으로 진출했지만 2017년 미국의 TPP 탈퇴로 기대감이 없어졌다”라며 “미·중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의 미국 의류수출 특수가 사라지면서 베트남 면사의 중국 수출이 감소, 단가까지 하락해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