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밸류 논란' 베트남 투자…신뢰관계가 핵심
인구구조·가성비가 좋은 노동력·높은 교육열… 베트남 투자 매력 높여
유사 거래·가족 기업 다수…거래 성사 난관 많아
공개 2019-11-05 18:40:02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5일 18: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삼일 PwC는 베트남의 M&A 상황에 대해 판매자 우위 시장으로 진단했다. 베트남 기업을 인수하기를 원할 경우,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프리미엄(웃돈)을 어느 만큼 줘야 할지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1일 삼일회계법인은 아모레퍼시픽빌딩 2층 아모레 홀에서 '동남아시아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마나는 크게 2세션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세션은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투자 기회와 장점을 주제로 해당 국가 파트너 회계사들이 발표했다. 이어 두 번째 세션에서는 투자와 비즈니스를 주제로 패널 토론이 있었다. 두 번째 세션에는 발표자들은 김주덕, 범용균, 스티븐정, 조나탄(Johnathan SL Ooi), 율리아나(Yuliana Sudjonno), 트랜홍키엔(Tran Hong Kien)회계사와 함께 토론을 했다. 좌장은 데이브 손 파트너 회계사가 맡았다. 
 
1일 삼일회계법인은 아모레퍼시픽빌딩 2층 아모레 홀에서 '동남아시아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IB토마토
 
베트남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 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싱가포르와 중국에 이어 베트남은 외국인직접투자(이하 FDI)가 가장 많이 몰리는 나라다. 베트남은 지난해 총 355억달러(41.18조원, 원/달러 환율 1160원 기준)의 FDI를 기록했고, 이 중 약 191억 달러(22.15조원)의 FDI 자본이 지급됐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가 베트남 FDI투자 자본의 절반을 차지했다.  
 
올해 베트남 M&A 거래도 활발하다. 상반기 SK그룹이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 그룹(Vingroup Joint Stock Company)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올해 빈 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제외하면 딜 규모는 크지 않다. 올 상반기 평균 딜 규모는 2천만달러(232억원)으로 지난해 2800만달러(324.8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베트남 빈 그룹(Vingroup Joint Stock Company)의 성장세. 출처/빈 그룹
 
이 같은 활발한 투자는 베트남의 인구구조, 가성비가 좋은 노동력, 높은 교육열 등 베트남의 펀더멘털에 기초해 있다. 조나탄 베트남 PwC 파트너 회계사는 "FDI 유입의 핵심 동인은 정치적 안정, 높은 숙련 노동자 비율, 낮은 임금"이라면서 "핵심 동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 베트남 투자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M&A 시장 과열? 오버벨류에이션 논란 
 
지난해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는 싱가포르이었고, 올 상반기에는 한국이었다. 사진/IB토마토
 
베트남을 향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보니 베트남 기업들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국영기업의 경우, 전면 실사가 불가능하다. 인수 희망 기업이 정보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지역 회사(Local Company)는 의무 감사 요건이 없다. 그 가운데 딜 과정은 폐쇄적이다. 베트남의 모든 딜이 2개월 안에 마무리되기에 투자자는 문서만으로 50억달러(5.8억원)의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예의 주시하다 보니, 딜 과정에서 경영 프리미엄이 크다"면서 "거래 과정에서 시너지가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장부(Book - Value)도 여러 개 가지고 운용하기도 하고, 세금 신고도 정확하기 않은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베트남은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젊은 인구, 낮은 문맹률, 급증하는 중산층, 투자자 친화적인 정부 등 베트남은 투자처로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금융거래 99%가 현금 거래다. 스마트폰을 쓰는 젊은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베트남의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베트남의 핀테크 기업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또한 먼 미래 베트남에 신용카드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자들은 베트남의 은행·할부금융업 회사들을 탐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베트남 기업들을 여러 나라 기업들이 탐내고 있다. 
 
스티븐 정 PWC Cross Border Corporate Finance M&A 리더는 "베트남은 셀러(Seller)우위의 시장이기에 베트남 기업들이 프리미엄을 붙일만한 권리가 있다"면서 "조금 붙이느냐 많이 붙이느냐의 문제로 생각하기보다는 물류·유통망·베트남의 소비 수준 등을 두루 고려해 프리미엄 수준이 합당한지 판단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거래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갭은 항상 존재한다. 게다가 베트남은 유사 기업의 M&A 거래(Transaction multiple)가 적어 EV/EBITDA와 같은 직관적인 가치 평가 방법을 쓰기 어렵다. 이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일부 베트남 기업과 M&A를 할 때 밸류에이션과 같은 이성적 측면보다 감성적 측면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도 오버밸류에이션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베트남 기업들은 가족 기업이 많다. 많은 가족 기업은 밸류에이션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곤 한다.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과 업무 문화의 차이도 상당하다. 
 
이 같은 딜 거래 과정의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시간을 갖고 거래 상대방과 신뢰 관계를 쌓아가라고 조언했다. 조나단 회계사는 "기업들에게 동남아 진출에 대해 자문할 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면서 "베트남의 사례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라마단 때문에 모든 일이 한 달 동안 중단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에릭 다마완(Eric Darmawan) PwC 인도네시아 파트너 회계사는 "자문 경험상으로 딜이 잘 된 경우는 외국인 투자자와 로컬 오너 사이에서 신뢰 관계가 잘 설립됐다"면서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면 기술적인 부분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관련 종목
관련 기사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