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호텔신라…수익성 악화에 재무부담까지
쓰리식스티 지분인수·남산한옥호텔·베트남 다낭호텔 추진 중
수익다각화 위한 사업 확장…실적 부진으로 재무 부담 증가
공개 2019-11-06 09:1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0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호텔신라(008770)가 주력인 면세점 사업 확장에 이어 호텔 사업까지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수익성이 하락세를 보이며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5.6% 줄어든 574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27.5% 감소했다. 사업별로 보면 주 수입원인 면세점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면세점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전분기 대비로는 35% 감소했다.
 
호텔신라 3분기 실적. 출처/호텔신라
 
일본 여행 불매 운동과 홍콩 시위로 인한 홍콩 공항 이용객 감소 등 매출 하락 요인을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방어한 결과,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줄었다. 호텔&레저사업은 호캉스 열풍과 더불어 서울·제주호텔, 신라스테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12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 면세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한 면세사업 수익을 늘리는 방법으로 글로벌 면세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호텔사업의 이익 비중을 높이기 위해 한옥호텔과 해외진출 등을 단행했다.
 
지난 25일 호텔신라는 세계 1위 기내 면세업체 쓰리식스티(3Sixty)를 운영하는 트레블 리테일 그룹 홀딩스의 지분 44%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가격은 1417억원으로 트레블 리테일그룹 홀딩스의 올해 성과에 따라 약 47억원(400만달러)이 추가된다. 5년 뒤 지분 23%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돼 있다.
 
쓰리식스티는 에어캐나다, 버진에어웨이, 싱가포르에어라인를 포함한 21개 항공사의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북미와 중남미 공항 12곳과 크루즈 터미널 등 총 41개 면세 매장을 갖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주지역 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쓰리식스티가 면세용품 도매업체이기도 한 만큼, 주류, 담배, 화장품, 향수 등 품목에서 원가 경쟁력 확보도 예상하고 있다.
 
남산 전통한옥호텔 조감도. 출처/호텔신라
 
지난 22일에는 10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남산 전통한옥호텔이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호텔신라는 ‘서울 시내 최초의 도심형 한옥호텔’을 목표로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완공을 한다는 방침이다.
 
호텔은 서울시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내 유후부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높이 한옥호텔과 지하 4층~지상 2층 높이의 면세점 등 부대시설, 지하 8층 규모의 부설주차장이 건립된다. 호텔신라는 사업비로 3000억원을 책정했으며, 한옥호텔 자체가 관광 상품의 역할을 하면서 면세점과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 진출도 진행 중이다. 내년 2월 베트남 다낭에 호텔신라의 첫 해외 호텔인 ‘신라 모노그램 베트남 다낭’이 문을 연다. 베트남 광남성 동부해안 농눅비치에 지상 9층 총 300여개의 객실을 보유했다.
 
베트남 하노이,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새너제이(산호세) 등 북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사업 확장은 차입금 증가 요인
 
다만, 사업 확장은 차입금 증가 등 호텔신라의 재무 부담 증가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과거 서울호텔 리뉴얼,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장의 임차보증금, HDC신라면세점 출자 등 사업 확장 영향으로 2015년 말에는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5324억원까지 늘어나고, 순차입금 의존도는 24.5%까지 상승하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
 
이후 롯데정밀화학 지분 매각(308억원), 인천공항 임차보증금 유동화(1635억원)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홍콩 첵 랍콕 공항 보증금을 은행 보증으로 전환하거나 미국 면세사업자 DFASS에 대한 지분 투자 계획을 취소하는 등 자금운용을 통해 2018년 말에는 순차입금을 3487억원까지 줄이고 순차입금 의존도를 15.8%까지 낮췄다.
 
 
 
하지만 올해부터 리스부채가 순차입금으로 인식되며 올 6월 말 기준 호텔신라의 순차입금은 1조5576억원, 순차입금 의존도는 41%를 기록했다.
 
여기에 부채비율은 2018년 201%에서 올 9월 말 324%까지 증가했고, 회사의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127%에서 103%로 감소했다.
 
3분기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사업 확장으로 인한 투자 증가는 차입금 등 재무지표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사업을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점도 부정적이다. 투자에 대한 성과가 늦게 날수록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쓰리식스티가 보유한 기내면세점 채널과 미주와 중남미 중심의 면세점 채널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면세품목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인수가 중요한데 사실상 콜옵션 권리가 작동되는 2024년에나 가능하다.
 
남산 전통한옥호텔은 2025년에 완공된다. 당분간 공사비만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확정 객실이 43실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호텔과 연계되는 면세점과의 시너지도 적은 객실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최근 시내면세점은 한화(000880)두산(000150)이 적자를 이유로 철수하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
 
호텔신라의 첫 해외호텔인 신라 모노그램 베트남 다낭의 경우, 내년 오픈 후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022년까지 다낭에 공급되는 호텔 물량이 많아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란 반응이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이 안정적인 실적을 내야 사업 확장에 따른 대규모 투자를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의미가 되지만 현재 호텔신라의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박종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 일본 관광객 감소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해외여행객 수요 감소로 공항점 매출 부진이 우려된다”라며 “중국 경제 둔화로 인한 중국인 입국자수의 점진적 둔화와 신규 사업자 면허 확대 가능성과 입국장 면세점 운영 등 대형사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 증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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