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나선 '롯데손보'로 향하는 우려의 시선
보험 수익성 부진·자본적정성 관리 부담
공개 2019-10-21 09: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6일 15: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이달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며 홀로서기를 본격화한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과 자본적적성 등으로 우려의 시선이  커지는 분위기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0일 최대주주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롯데역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본 아이오이 닛세이 손해보험 등 5곳에서 빅튜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빅튜라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다.
 
지난 5월 롯데그룹은 보유 중인 롯데손해보험 지분 53.49%를 JKL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6월 JKL파트너스는 매수인으로서의 지위 및 권리를 빅튜라로 이전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가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으며 10일 잔금입금이 완료됨에 따라 롯데그룹의 품을 떠났다.
 
이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004990)를 설립한 롯데가 공정거래법의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이달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처분하지 않으면 과장금을 물어야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결과다.
 
다만, 홀로서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낮은 보험영업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
 
손해율 관리 비상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2008년 이후 단 한 번도 보험영업이익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최근 3년을 살펴보면 2016년 -2339억원, 2017년 -1941억원, 2018년 -226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255억원의 손실을 봤다.
 
보험종류별 손해율·사업비율·합산비율. 출처/금감원통계정보시스템.
 
이는 손해율 때문이다. 높은 손해율이 합산비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은 합한 것으로 100%를 넘으면 손해를 보게 된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익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높으면 높을수록 벌어들이는 보험료보다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 마케팅비, 모집수수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경과손해율을 보면 2016년 93.8%, 2017년 90.8%, 2018년 90.2%, 올 상반기 91.6%로 90%를 넘었다. 해당 기간의 업계 평균(2016년 84.9%, 2017년 83.4%, 2018년 83.3%, 2019년 상반기 84.2%)보다 6%p 이상 높았다.
 
이 영향으로 합산비율은 2016년 111.9%, 2017년 109.6%, 2018년 111.2%, 올 상반기 111.8%를 기록했다.
 
특히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이 문제다.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없이 전액 보험금을 지급했던 표준화 이전 시기에 높았던 손해율의 영향으로 실손보험의 갱신주기가 돌아와 보험료가 오르는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2018년 말 89.7%였던 손해율이 올 상반기에는 102.9%까지 상승했다. 통상 20% 내외인 자동차보험 사업비를 고려하면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78% 정도인데 이보다 약 30%p 가량 더 높다. 원가인상 분만큼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하지 못했고 미결보험금 정리 등 손해액 증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보험 및 퇴직연금은 원수보험료 기준 롯데그룹 의존도가 각각 약 30%, 약 49%로 높은 편이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호텔롯데는 롯데손해보험 지분 5%를 갖고 있어 당장 관계가 끊어지지는 않겠지만 예전과 같이 롯데 계열사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를 비롯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 변경으로 사업과 재무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고 계열의 지원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유상증자 완료에도 낮은 RBC비율
 
롯데손해보험은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비율이 100%이면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며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자본적정성 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롯데손해보험의 6월 말 RBC비율은 140.8%다. 퇴직연금 자산운용리스크 반영비율이 지난해 6월 35%, 올해 6월 70%로 상향되면서 신용 및 시장위험액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이에 롯데손해보험은 37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신주발행 가액은 2130원으로 보통주 1억7605만6320주를 새롭게 발행한다. 제3자 배정 대상자는 빅튜라와 호텔롯데다. 배정 주식 수는 각각 1억6725만3504주와 880만816주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롯데손해보험의 RBC비율은 190%대로 상승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롯데손해보험의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RBC비율에 악영향을 줬던 퇴직연금 자산운용리스크 반영비율이 2020년에 10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유상증자로 인해 롯데손해보험의 RBC비율이 190%로 개선된다고 해도 이는 올 상반기 기준 손해보험사 평균 RBC 256.9%보다 한참 낮다.
 
자본적정성 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 역시 업계 하위 수준이다. 돌려받기 힘든 자산이 많음을 의미하는 가중부실자산비율은 올 상반기 말 기준 0.22%로 손해보험사 평균 0.1%보다 높았고, 부실채권으로 간주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35%로 업계 평균 0.5%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연체율 역시 0.5%로 업계 평균 0.2%보다 나빴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2실 책임연구원은 “대주주 변경 이후 사업기반의 안정적 유지 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라며 “영업적인 측면에서 롯데 계열의 수주기반이 유지되는지와 지배구조 변경 이후 조기 조직안정화를 통한 경재지위 유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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