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머니 재편)②LP 지형 바뀐다…대기업·CVC 자금 급부상
연기금·공제회·외국인 벤처펀드 조성 44% 감소
일반법인 출자 83% 증가…금융기관 턱밑 추격
공개 2026-06-1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4일 18: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이 4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형만 보면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 듯하지만 펀드를 채운 자금의 성격은 달라지고 있다. 정책금융의 비중은 커진 반면 연기금·공제회 등 민간성 자금의 참여는 줄어든 모습이다. 펀드 결성 회복 속도가 실제 투자 집행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가운데, 중소형 벤처캐피탈(VC)의 민간 출자자(LP) 확보 부담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IB토마토>는 벤처펀드 시장의 외형 회복 이면에 자리한 정책금융 의존도와 실제 투자 흐름의 온도차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역대 최대 규모로 결성된 벤처펀드의 민간 출자 지형이 바뀌고 있다. 대기업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포함한 일반법인 출자가 급증하면서 단일 출자자 유형 1위인 금융기관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반면 연기금·공제회 등 전통 LP의 출자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벤처펀드 시장에서 민간 LP의 손바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일반법인 기반 펀드 결성, 금융기관 육박
 
4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민간부문 벤처펀드 결성 실적은 3조3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펀드 결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6%에서 75.7%로 6.9%포인트 줄었다. 정책금융이 더 빠르게 많아지면서 민간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흐름이다.
 
민간 내부에선 손바뀜이 두드러진다. 일반법인 출자액은 지난해 1분기 628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1527억원으로 83.4% 급증했다. 전체 펀드 결성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8%에서 26.4%로 뛰었다.
 
일반법인은 단일 출자자 유형 1위인 금융기관에도 바짝 다가섰다. 올해 1분기 금융기관 출자액은 1조1863억원으로 전체의 27.2%를 차지했다. 일반법인과 금융기관의 비중 격차는 0.8%포인트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일반법인 비중이 18.8%, 금융기관 비중이 29.7%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좁혀진 셈이다.
 
일반법인 기반 펀드 결성 증가는 대기업 CVC 설립이 잇따른 흐름과 맞물린다. CVC가 펀드를 결성할 때 모회사 자금을 일정 비율 이상 담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대기업 자금이 자연스럽게 벤처펀드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통 LP는 후퇴…연기금·외국인 출자 감소
 
반면 전통 LP 기반 펀드 결성은 축소됐다. 연기금·공제회 펀드 결성액은 3870억원에서 2180억원으로 43.7% 줄었고, 기타단체·외국인 펀드 결성도 1601억원에서 886억원으로 44.7% 감소했다. 두 항목 모두 1년 새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연기금·공제회 펀드 결성 비중은 11.6%에서 5.0%로, 외국인은 4.8%에서 2.0%로 내려앉았다. 다른 펀드에 출자하는 VC(3694억원)도 비중이 11.2%에서 8.5%로 낮아졌다.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일수록 출자에 신중해진 양상이다.
 
기관 LP 위축 배경으로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 부진이 거론된다.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면 출자자는 새 펀드에 자금을 묶기보다 기존 투자 회수를 기다리는 쪽을 택하게 된다. 벤처투자 시장의 외형은 회복되고 있지만, 기관 LP 입장에서는 아직 회수 성과를 확인해야 하는 구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CVC 자금이 전통 LP 감소분을 메우면서 전체 민간 출자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만큼 이를 출자자 구성의 질적 변화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재무적 수익을 주로 노리는 기관자금과 사업적 시너지를 함께 보는 대기업 자금은 투자 성향이 다른 부분을 감안하면, 대기업·CVC 자금은 모회사 사업과 연관된 분야에 쏠릴 수 있다는 평가다.
 
기관 LP의 존재감이 약해질 경우 펀드 대형화와 장기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기금·공제회는 장기·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온 핵심 출자자다. 이들의 출자가 줄면 중소형 VC는 펀드 규모를 키우거나 장기 전략을 세우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 자금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모회사 실적과 전략에 따라 출자 여력에 변동성이 생길 수 있어 자금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선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대기업 자금이 벤처펀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민간 LP 구성 변화가 향후 투자 방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VC 대표는 <IB토마토>에 "대기업의 CVC 의무출자비율이 60%로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대기업의 벤처펀드 출자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라며 "일례로 포스코기술지주는 모회사 포스코(005490)홀딩스로부터 계속 출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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