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바이넥스(053030)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자금 확보에 나섰다. 기준주가 대비 15% 할증된 교환가액과 제로금리 등 발행사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된 만큼 재무적 투자자(FI)의 주가 상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바이넥스 측은 보유 현금성 자산을 상회하는 규모의 시설투자 비용을 EB 발행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진=바이넥스)
15% 할증 적용 교환가액부터 제로금리까지 발행사에 유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이넥스는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155억원 규모의 7회차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 대상은 바이넥스 보통주 83만6512주이다. 이는 바이넥스가 보유중인 자기 주식 전량이며, 발행주식총수의 2.56%에 해당한다. 이번 EB 전량은
삼성증권(016360)이 인수한다. 납입일은 오는 11월6일이며, 교환청구기간 시작일은 12월6일이다.
눈에 띄는 점은 발행 조건이 바이넥스 측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먼저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로 책정돼 자금조달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을 덜었다. 또한 EB의 교환가액 1만8587원은 기준주가액에 15%를 할증한 금액으로 책정됐다. 즉, 투자자의 입장에선 주가가 15% 가량 올라야 차익 실현을 이뤄낼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교환가액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을 시 바이넥스 측에서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콜옵션은 이번 사채 발행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밖에 인수계약서에는 인수인이 사채를 주식으로 교환할 경우, 교환된 주식을 정규시장에서 장내매매만을 통해 지체 없이 매도하며, 특정인을 매수인으로 지정해 거래하는 장외거래 등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련의 조건들은 바이넥스의 기존 주주들에게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EB를 발행, 신주발행이 없는 자금조달인 만큼 주식가치 희석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만약 전량 교환이 이뤄져 매도 매물이 출회된다 하더라도, 전체발행주식수의 3% 미만에 불과해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물량)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또한 교환청구기간이 빠른 시일 내에 도래하긴 하나 15%의 할증률이 적용된 만큼, 교환가액을 상회하는 시가가 형성되지 않는 한 단기간 내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차익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바이넥스의 주가가 교환가액을 상회하는 시나리오뿐이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인수로 풀이된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관한 사항이 포함됐다. 풋옵션 행사 가능일은 2028년 5월6일부터다. 바이넥스 측은 EB의 재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조달자금 전액 오송공장 증축에 투입…선제적 CAPA 확대
한편 조달자금은 오송공장 신규시설 투자 및 공장 증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영위하는 바이넥스의 바이오사업부 수주잔고는 2023년 말 284억원, 2024년 말 643억원, 2025년 반기 말 803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기존 수주잔고 및 향후 수주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CAPA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준공 완료로 예상되는 시점인 내년 11월30일까지 총 557억원이 투입된다. 세부적으로 사측은 시설자금대출 300억원, EB 155억원, 보유자기자금 102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회사의 현금 곳간이 그리 넉넉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반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97억원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회사의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음수로 전환, 영업으로 인한 현금 유출이 지속되는 중이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4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 들어서도 247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동일 시점 단기차입부채가 341억원에 육박해 연내 상당한 규모의 부채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장기차입부채 규모는 422억원에 달한다. 이에 이번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통해 부족한 자금의 일부를 조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넥스 측은 공시를 통해 "사모 교환사채의 교환대상주식은 자사주로 하여,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고 금융비용 부담을 절감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교환가액을 기준가액의 115%로 할증해 발행함으로써 주주 희석 부담을 완화하고 더 많은 현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 시설투자 재원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한편 <IB토마토>는 바이넥스 측에 단기차입부채 상환 여력과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 방안에 대해 문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