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딜레마)②저축은행, 앱으로 몰리는 고객…점포는 '빈집' 신세
은행 붐벼도 저축은행 지점은 한산
디지털화로 비용 효율화 노려야
공개 2025-09-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6일 15:4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DX)은 속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접근성 논란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비용 절감과 고객 편의성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전반이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나 업권별로는 뚜렷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IB토마토>는 금융권이 맞닥뜨린 디지털 전환의 딜레마를 짚어본다.(편집자주)
  
#1. 직장인 A씨는 최근 금리가 떨어지자 예금 금리가 비교적 높은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시간대인 점심시간에 지점을 찾았음에도 영업점은 한가했다.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상담을 할 수 있었으나, 모바일 앱과 적용 금리가 같아 비교 후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2. 70대 남성 고객 B씨는 최근 모바일 앱을 통해 저축은행의 예금 상품에 가입했다. 아들이 수차례 반복해 교육하기는 했지만, 앱 사용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은행권 대비 상품이 단순한 데다 연장 시에도 지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대출을 생각하지 않는 한 갈 일이 없어졌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 업권이 디지털화에 의한 지점 존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과는 여·수신 규모가 다른 데다 개인 업무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일 방문객이 적어 굳이 비용을 지출해가며 살려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저축업권도 디지털화 박차
 
16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자체 금융앱을 보유한 저축은행은 31개사다. 저축은행 79개 중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전 은행이 모두 자체 앱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대신 저축은행 업권은 통합 금융 앱을 통해 상품 가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고 있는 통합 금융앱인 SB톡톡플러스를 통해서다. 66개 저축은행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입한 저축은행의 전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으며, 금리도 비교할 수 있다.
 
신규 계좌 개설과 제 증명 발급, 체크카드 신청 등 다양한 업무를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과 연계해 이체도 편리하게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출시해 구글플레이에서 실행된 다운로드만 해도 100만회를 넘겼다. 지난 2022년 말 통합 금융 앱 이용자 수가 이미 100만명을 넘겼으며, 60대 이상 이용자 수 비중도 18.1%를 넘겨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은행이 선행 도입했던 간편 모드도 도입했다. 간편 모드는 화면 글씨 크기만 키우는 것이 아닌, 업무의 직관성을 높인 서비스다. 이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으로 화면을 구성해 편의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통합앱 뿐만 아니라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개별사 앱 이용자도 많다.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각 사의 앱이 각각 100만회 이상 다운로드 됐으며, 애큐온도 50만회를 넘겼다. 금융지주 계열 중에서는 KB저축은행 앱도 100만명 이상의 고객이 다운로드했다. 
 
개인고객 이용 상품 한정 영향도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예금 고객의 대부분은 1년 만기 상품 예금 상품에 가입한다. 상품의 만기의 연장과 해지도 모바일로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객의 대부분은 지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대출의 경우에도 콜센터 등으로 상담이 가능해져 지점을 방문할 일이 손에 꼽는다. 특히 저축은행 상품의 경우 은행 대비 상품군이 좁을뿐더러, 기타 거래도 은행 대비 적다. 은행의 경우 기업 금융 거래나, 공과금 납부 등의 업무로 은행을 찾는 경우도 다수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경우 입금이나 송금 등 가장 자주 쓰이는 거래는 주로 모바일로 실행되다 보니 방문 빈도가 적다. 
 
실제로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저축은행 지점의 경우, 같은 시간대 은행 방문객 대비 수가 현저히 적었다. 인근 시중은행의 대기 인원은 13명 이상을 기록한 반면, 금융지주 계열이나 대형 저축은행 할 것 없이 대기 인원이 전혀 없었다.
 
저축은행 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축은행 영업점 당 하루 방문객이 10명 될까 말까”라면서 “사실상 영업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손에 꼽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업권도 디지털화의 가속과 방문객 감소로 점포 수를 줄이고 있으나, 폭이 크지 않다. 지난 2019년 말 5대 저축은행의 점포 수는 80개에서 올 1분기 66개로 줄었다. 대형 저축은행에서도 5년 새 줄인 점포는 14개에 불과하다. 다만 실제로 고객이 이용하는 점포를 줄였는지도 불확실하다. CS센터, IT센터 등도 점포로 공시하기 때문이다. 
 
가계 대출 규모가 큰 SBI저축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고민 끝에 지점을 줄였다. SBI저축은행의 상반기 가계 대출 규모는 6조6984억원이다. 비중으로도 전체의 59.71%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엔 서울에서 두 곳, 전주시에서 한곳의 지점을 정리했는데, 여전히 현재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지점은 총 15곳이나 된다. 
 
저축은행 업권이 호황이던 시기에는 지점이 유지돼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업 정상화 시기가 미정인 만큼, 업권에서는 지점 유지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임차료와 급여로 지출되는 비용을 줄였다. 올 2분기 SBI저축은행의 급여로 지출된 금액은 92억원으로, 전년 103억원 대비 약 10억원 감소했다. 임차료도 줄었다. 지난해 2분기 22억원, 상반기 기준 45억원을 임차료로 사용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 각각 21억원과 43억원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다만 저축업권은 인건비와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에도 영업점 감축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용이 나가더라도 홍보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경우 등 각 사의 전략이 상이하고, 지점 간 거리가 멀어 통폐합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지점 통폐합 이전 고객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업권 관계자는 “각 사의 필요 여부와 전략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앱 사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지점 수 감소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