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적자에 샤힌 투자 부담 지속…회수도 '미지수'
상반기 3655억원 적자에 투자활동현금 1.8조 유출
공정률 80% 기록한 샤힌 프로젝트 투자 원인
업황 악화에 샤힌 준공시 추가 공급 과잉 우려 확산
공개 2025-09-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6일 15: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에쓰오일(S-Oil(010950))이 올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오히려 투자 규모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에쓰오일이 울산에서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의 준공이 끝나더라도 석유화학 업황이 공급과잉 등의 고질적 문제로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수익성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역시 이러한 전망에 의견을 보태고 있지만 회사 측은 샤힌 프로젝트 준공 시점의 업황은 전망하기 이르다며 이 같은 시장 전망에 선을 긋고 있어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에쓰오일)
 
상반기 3655억원 적자에도 투자규모 두배 ‘껑충’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쓰오일은 3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6148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실적 부진은 정유부문 수익성 악화 영향이 가장 컸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제품 스프레드 축소로 정제마진이 악화되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도 에쓰오일의 투자금 집행은 오히려 확대됐다.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조8247억원으로 전년 동기(9382억원)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자 차입 규모도 커졌다. 올 상반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36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2023년 138.7%에서 지난해 말 181.2%로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엔 186.4%까지 올라섰다. 현금창출력이 떨어져 투자여력이 부족한데도 대규모 차입금을 끌어다 쓰며 투자기조를 유지해 재무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투자 확대 중심에는 샤힌 프로젝트가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신설 사업으로,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에 건설 중이다.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단일 플랜트 기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80%에 이른 상태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에쓰오일은 연간 약 320만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세부적으로는 에틸렌 180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벤젠 28만톤 등 기초유분이 생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 HDPE 44만톤)까지 자체 생산이 가능해진다.
 
에쓰오일은 이로써 정유에서 제품까지 이어지는 일체형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석유화학 제품 생산 비중을 기존 12%에서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완공으로 화학 제품 수율이 70% 이상 개선되고, 자본적 지출과 운영비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아람코의 ‘TC2C(원유에서 화학제품 전환)’ 공정을 상용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유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존 NCC(나프타분해시설)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다. 이는 에쓰오일이 기존 석유화학 기업과 다른 구조적 강점을 확보하는 셈이다.
 
 
샤힌 프로젝트, 업황 악화 부추길까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 안팎에서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자사의 투자금 회수가 단기간 내 어려운 것은 물론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업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공급과잉으로 장기간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국내외 시장의 공급 부담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CAPA)이 약 1300만톤인데,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이 중 14%에 해당하는 180만톤이 추가된다. 이는 NCC 기반 기업들의 생존 환경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정책과의 괴리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7월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주요 10개 기업에 연간 270만~370만톤 규모의 생산 감축을 요구했다. 에쓰오일도 이 협약에 참여했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오히려 감축 규모의 절반을 웃도는 물량이 새로 공급되는 셈이다. 국내 업계가 감산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노력과 정반대의 결과가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유 의존도를 낮추고 석유화학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이지만, 단기간 내 수익성 제고가 어렵다는 점과 늘어난 재무부담, 정부 정책과의 괴리 등의 문제점은 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내놓은 석유화학 제품 감축안 등은 결국 업계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에쓰오일은 10년도 넘게 정유 및 석유화학 설비 고도화에 5조원, 샤힌 프로젝트에 9조원 등을 투자하며 이를 선제적으로 실천해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샤힌 프로젝트 투자금 회수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지만 내년도 업황이 어떨지, 그에 따른 수익성이 어떨지는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의 외부 판매량이 가동률 100% 기준 240~250만톤에 달하며 기존 대비 약 15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경상권 기초유분 생산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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