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중복 상장' 논란에 이어 '시간 차 유증'까지…신뢰 흔들
시간 차 공시로 투자자 피해 극심
LS마린솔루션 해명에도 불신 고조
공시 신뢰 하락, 계열사 악영향 우려
공개 2025-05-29 11:41:23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11:4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LS마린솔루션(060370)이 신규 시설투자 공시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 공시를 올려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LS마린솔루션 측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검토 아래 진행됐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시설투자 공시에 자금조달 관련 내용을 누락한 점과 더불어 과거 LS(006260)그룹의 구자은 회장의 '중복 상장' 발언까지 재조명되면서 시장의 불신이 쌓이는 모양새다.      
 
29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마린솔루션은 지난 27일 오후 4시12분 3458억원 규모의 신규시설투자 공시 이후 20분 뒤 278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LS마린솔루션 홈페이지 캡쳐)
 
논란 많은 ‘시간차 공시’…자금조달 내용 일부러 제외
 
통상 시설투자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공시에는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을 통해 자금조달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라도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공시에선 외부 자금조달과 관련한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채 바로 공시했다. 
 
시장에선 시설투자 공시를 호재로 받아들였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애프터마켓)에서 급등했다. 공시 전까지 1만9500원선에 움직이던 LS마린솔루션의 주가는 오후 4시15분 2만2700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이후 주주배정 유상증자 관련 IR 공시에 이어 곧바로 신규 시설자금에 2783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 내용이 공시되자 매도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주가는 오후 4시33분 1만7060원까지 급락했다.
 
시간 차로 공시로 인해 LS마린솔루션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불과 몇 분 안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 됐다. 1만9500원을 기준으로 대규모 시설투자 소식에 약 16% 급등한 주가가 유상증자 공시에 최고점 기준으로 25% 급락했기 때문이다.
 
‘시간차 공시’에 따른 폐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자인 이수페타시스(007660)도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뒤늦게 발표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경제적 손해를 전가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1월8일 오후 4시55분 신규 공장 신설 투자 계획을 발표해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고 주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주가가 상승한 지 약 1시간 정도 지난 뒤 이수페타시스는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악재성 공시를 발표했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나 폭락했고, 이에 소액주주 약 700명이 소액주주 플랫폼에 모여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불만이 속출했다. 금융당국은 당시 제출한 유상증자 공시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고, 며칠 뒤 추가로 2차 정정 요구를 하면서 유상증자 규모는 2500억원으로 수정됐다. 나아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어 공시위반제재금 6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대해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나 기재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정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이수페타시스는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 공시 내용에 ‘기타 투자판단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통해 “내부보유자금 및 외부조달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밝혀 유상증자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라도 했다.
 
반면 이번 LS마린솔루션은 불과 20분 만에 유상증자 공시를 올렸음에도 최초 대규모 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게 했다. 
 
(사진=LS마린솔루션 주가 추이)
 
공시 신뢰 하락 우려…향후 계열사 상장에 영향 '우려'
 
LS마린솔루션은 두 건의 공시 모두 장 종료(3시30분) 이후 진행해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기본 원칙을 지켰고, 물리적 시간 차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LS마린솔루션 측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검토를 받고 협의 아래 진행했다”며 “공시 등록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된 것일 뿐 시차를 조정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LS마린솔루션의 해명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LS그룹의 구자은 회장이 올해 3월 ‘중복상장’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에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LS그룹은 이외에도 그동안 상장사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책이나 자사주 소각 등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시간 차 공시’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선 LS그룹의 계열사들이 앞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공시 신뢰도마저 하락할 것이라는 싸늘한 시선이 팽배한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시를 하는 방식도 기업마다 제각각”이라며 “주주나 투자자들을 배려하는 기업들은 유상증자 공시를 먼저 진행하고 시설투자를 발표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투자에 일부 주주들은 유상증자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외부자금 조달 내용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상황이라면 일부 인지하지 못한 투자자들을 배려해 관련 설명을 필수적으로 기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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