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낸다. 저금리 시기를 통과하면서 불어난 대규모 PF대출 중 부실한 사업장을 털어내고 금융업권의 건전성을 제고시킬 계획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 자체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를 압박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 부실 PF 정리 '박차'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정리된 부실PF 규모는 6조5000억원이다. 지난해부터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실시한 건전성 개선책의 성과다. 지난해 말 기준 집계된 부실PF는 총 23조9000억원이었다. 이 중 올 3월까지 전체의 38.1%에 해당하는 9조1000억원을 정리하고, 재구조화했다. 대부분을 정리했고, 재구조화 규모만 2조6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금융권 경공매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3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과 부실우려 PF대출을 대상으로 정리와 재구조화를 유도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PF사업장 매물에 대한 투자 검토 장벽을 낮추기 위해 매각추진 사업장 리스트를 취합해 제공하는 정보공개 플랫폼도 구축했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해결 방안을 찾은 것은 전 금융권의 부동산PF 관련 부실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융업권은 저금리 시대를 지나면서 PF대출을 대폭 늘렸다. 코로나19 시기 유동성이 풍부해진 2020년 말 92조5000억원에서 2년 만에 130조3000억원이 넘는 등 가파르게 키웠으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전 금융권 PF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0.37%에서 지난해 6월 말 3.56%까지 열 배 가까이 뛰었다.
금감원이 나서 정리한 덕분에 부실 사업장이 전체 위험노출액(익스포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지난해 말 부동산PF 사업장 3차 평가에 다르면 부실 사업장 비중은 9.5%다. 전년 말 4%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나 6월 말 9.7%나 9월 말 10.9%에 비하면 줄어든 편이다.
부실PF 사업장을 정리하면서 부동산PF 익스포저 자체도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 총 PF 익스포저는 202조3000억원이다. 전년 말 대비 28조8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PF익스포저에는 PF대출과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을 모두 포함시켰다.
지난 1년간 증권업권을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PF익스포저를 줄였다. 업권별로 은행이 7000억원, 보험 3조8000억원, 저축업권 8조2000억원, 여전업권 6조8000억원, 상호업권이 12조6000억원을 감소시켰다.
현실과 괴리감…추가 부실 가능성도
금융감독원이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해 정보공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건설경기 회복 지연 탓에 매물을 내놓아도 수요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공개된 사업장 중 부실사업장 매각 사례가 드물다. 플랫폼은 잠재 매수자가 PF사업장 정보를 획득하는 데 편의를 제공해 매도자와의 협의에 도움을 주지만, 실제 딜이 마무리된 경우는 드물다.
금융감독원은 플랫폼을 통한 매수의향자가 있어도 실제 가격 협의 등 절차가 필요해 실제 매매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총 6조5000억원 규모의 395개 사업장이 공개됐으나, 현재 가격 협상 중인 매물 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시장 회복 지연 등에 따라 추가 부실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부실 정리가 미진한 개별 금융사에 대해서도 현장점검을 통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 금융사는 저축은행과 상호업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OK저축은행을 비롯 10개사에 현장점검을 나가기도 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올해 2분기 정리 재구조화 예정 규모는 저축업권 1조7000억원, 상호업권 7000억원에 달한다. 미완료 잔액이 각각 9000억원과 6조700억원이 남아있는 상태다. 금융사를 대상으로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한다면, 실적은 재차 급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업권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매수자가 PF매물을 소화한다고 해도 재구조화를 하거나 브릿지론을 본PF로 올리는 등 수익화가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 건설업 불황으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다.
PF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나, 건설 자재 원가 등을 내릴 수 없는 데다 미분양이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건설업권 회복이 더딘 구조도 한 몫 한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브릿지론 등 중간 단계다. 완공과 미분양이 악화되면서 자금줄도 막혀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제고 취지에는 공감하고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건설업권이 살아나기 전까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