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밑 빠진 독' 유진홈센터 지원…업황 악화 전망까지 '이중고'
2019년부터 모회사·계열사로부터 2007억원 단기차입
5년 연속 100억원대 영업손실 기록…자본잠식도 매년 심화
올해부터 착공·인허가 물량 감소로 레미콘 출하량 악화 우려
유진홈센터 자금 지원 올해도 계속될 전망
공개 2024-05-0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10: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유진그룹의 레미콘 계열사 동양(001520)이 지난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며 흑자폭을 늘렸음에도 자회사 지원에 많은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 올해부터 레미콘 출하 물량 감소로 레미콘업계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회사의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유진홈센터가 운영 중인 '에이스 하드웨어' 매장.(사진=유진홈센터)
 
인테리어 자회사 유진홈센터, 동양 '자금 블랙홀'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테리어·산업용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유진홈센터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동양, 한성레미콘, 당진기업 등으로부터 꾸준히 운영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이 기간 차입 총액은 2007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동양으로부터 총 13회 단기차입을 실행했고, 298억원을 지원받았다. 유진홈센터는 지난달 30일에도 동양으로부터 연 이자율 4.6%로 20억원을 단기차입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유진홈센터는 동양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또한 동양의 최대주주는 지분 24%를 보유한 유진기업(023410)이다. 모회사인 동양 외에도 유진홈센터에게 단기차입 형태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는 한성레미콘은 지난 2022년 동양에 흡수합병됐고, 당진기업은 유진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유진홈센터의 영업실적이 모회사 연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자금 지원 부담이 그룹 전체로 전가되는 구조다.
 
모회사와 계열사 등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진홈센터의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회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220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원년인 2018년 영업손실 118억원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51억원 △2020년 –154억원 △2021년 –161억원 △2022년 –170억원 등 매년 기록해 온 100억원대 영업손실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것이다. 유진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발생하는 매출도 지난 2022년 40억원, 지난해 43억원 등으로 적지 않음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9년부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유진홈센터의 재무건전성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8년 134억원에서 2019년 –21억원으로 돌아선 자본총계는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기준 –442억원을 기록 중이다.
 
유진홈센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집 수리 브랜드 ‘에이스 하드웨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지속적인 사업 투자에 따라 손실이 발생했다”라며 “좋은 품질의 자재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판매관리비 절감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레미콘업계 기저효과 전망…동양 재무부담 가중 우려
 
동양은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에도 레미콘 출하량 확대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663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매출 7676억원, 영업이익 79억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1~3분기 레미콘 생산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가량 증가한 282만6000㎥를, 평균 가동률도 소폭 오른 28.8%를 기록한 영향이다. 그러나 레미콘 수요를 예상할 수 있는 지난해 착공·인허가 면적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탓에 주요 레미콘 업체들은 올해 생산실적 감소율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양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양호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 등 주요 재무지표가 전년(부채비율 25.5%, 순차입금의존도 –2.4%)보다 소폭 부담이 가중된 39.5%, -0.5%를 각각 나타냈지만, 여전히 준수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그간 자회사 유진홈센터를 꾸준히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올해 영업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회사 자금 지원에 대한 재무부담이 예년 대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홈센터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2년 157억원, 2023년 120억원을 각각 단기차입했다고 밝혔다. 차입 대상은 모두 모회사인 동양이다.
 
자금 지원을 해 온 동양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42억원을 기록하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610억원 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년(270억원)의 약 3배 수준인 714억원을 단기차입했고,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 역시 29억원에서 106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유진홈센터에 지원한 단기차입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2년 동양은 28억7000만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손상 징후가 식별된 현금창출단위(유진홈센터)의 회수가능액을 산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장부금액에 대해 손상차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유진홈센터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차입금을 손실로 반영했다는 의미이다.
 
동양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유진홈센터의 브랜드가 여전히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빠른 기간 내 흑자 전환은 어렵겠지만, 매년 모회사로부터 지원받는 차입금의 규모와 이자비용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