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페론, 상장 1년 반 만에 대규모 유증…성공 가능성 '희박'
주주 공모 아닌 일반 공모 방식
대표 주관사도 유증 잔액 미인수
최대주주도 유증 미참여 '눈길'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 높아
공개 2024-04-1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7:5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신약 연구개발 기업인 샤페론(378800)이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주주 배정이 아닌 일반인 대상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수요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대표 주관사가 미매각 잔액을 인수하지도 않는 유상증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성승용 대표이사도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자금조달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샤페론)
 
실적 부진 이어지는데…일반공모 유증 단행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샤페론은 최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350억원(1318만2000주*모집가액 2655원)을 조달하며, 모집한 자금은 연구개발 자금과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사용된다. 샤페론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주식수는 1318만2000주로, 지난해말 기준 발행주식 총수(2307만1031주)의 57.14%를 차지한다.
 
문제는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얻은 IPO와 동일하게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샤페론은 지난 2022년 10월 기술 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등장했다. 상장 당시 희망공모가액 밴드를 8200원에서 1만200원으로 설정해 최소 225억원의 자금을 모으려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모집가액은 희망공모가액 밴드 하단인 5000원으로 결정됐으며, 이에 모집총액은 137억원 수준에 그쳤다. 당시 업계에서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 매력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현재 동일한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적자 폭은 더욱 커졌기 때문에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샤페론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32억원으로, 상장 당시인 2022년(110억원)보다 악화된 상태다.
 
일반공모 방식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특정 인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나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달라 상대적으로 실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금조달 절실한데…구주 인수·최대주주 청약도 없어
 
이 같은 상황에서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실권 금액은 미발행된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인 연구개발비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실현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샤페론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말 기준 2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74억원을 투자했으며, 직전연도(78억원)부터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유동성으로 장기간 버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어려워진다면 향후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샤페론의 지난해말 기준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115억원, 190억원이다. 당기순손실이 누적돼 자본총계를 깎아먹는 요인인 결손금은 지난해말 기준 1019억원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당기순손실(124억원)이 발생한다면 자본잠식에 들어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샤페론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대응 방안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미국 영업조직인 허드슨 테라퓨틱스사를 통한 누겔의 기술이전, NuCerin의 글로벌 기술이전, 팔리시맙의 기술이전, 염증 복합제 파이프라인의 조기 기술이전 등을 서두르고 있다"라며 "특히 전 세계적으로 염증 복합체 억제제 Top 10 개발사로 선정돼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도 계속 올라가고 있어, 기존 임상 단계의 약물들과 후속 비임상 단계의 성공적인 조기 기술이전이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상증자로 성 대표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음에도 청약에 미참여해 책임 경영에 대한 지적이 존재한다. 특히 성 대표가 IPO 당시 확보한 지분의 보호예수가 올해 10월 끝난다는 점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대주주 물량이 일부 풀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수요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샤페론의 최대주주인 성 대표는 현재 지분율 19.9%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한다면 지분은 7.23%포인트 하락한 12.66%까지 감소한다. 또한, 성 대표의 배우자로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고현승 씨의 지분(0.2%)도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올해는 성 대표가 IPO 당시 확보한 지분의 보호예수가 종료되기 때문에 책임 경영에 대한 불씨가 커졌다. 당시 성 대표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보유한 주식 459만주(19.38%)을 상장일로부터 2년간 의무보유를 하기로 했다. 2022년 10월19일 상장했기 때문에 보호예수 기간이 반 년밖에 남지 않아 지분 매도에 대한 우려가 피어나는 것이다.
 
샤페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성 대표는 현재까지 보호 예수기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금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샤페론의 성장을 통해 투자자분들에게 이익을 주기 전까지 회사를 떠날 생각이 없다"라며 "나노바디 개발 경쟁사인 Ablynx가 사노피에 인수합병됐고, 경·중등증 아토피 치료제인 유크리사 개발사 Anacor가 Pfizer에 인수합병됐듯이 샤페론의 가치를 이 두 회사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어 가치가 시장에 실현되기 전까지 회사를 떠날 생각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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