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꼴지 탈출 넘버원)②경남제약, 수익 활로 찾기 '난항'…전문약 공장도 '청산'
외형성장에도 늘어나는 비용에 영업손실 지속
연구 품목 늘리나 했지만 줄어든 R&D 비율
제천공장 매각 완료…전문 약 개발 추진 전무
공개 2024-04-1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6: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다수의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ADC 등 치료제 발굴에 나서면서 신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수익성 악화까지 감내하면서 연구개발(R&D)에 많은 자금을 쏟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반복적인 영업손실이 발생해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낮은 R&D 비율을 보이며 신약 개발이라는 제약사 본분을 잊은 기업도 존재한다. <IB토마토>는 R&D 비율이 낮은 3개의 제약사를 중심으로 실적 악화 배경, 연구개발 계획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경남제약(053950)이 의약외품인 '레모나'와 일반의약품(OTC) 중심으로 매출을 내오던 가운데, 외형성장에도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지난해 기존 일반의약품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개발 품목을 추가했지만, 연구개발(R&D) 비율은 더 낮아졌다. 통상 제약사들은 전문의약품(ETC)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는데 반해 경남제약은 ETC를 위해 설립하려 했던 제천공장의 매각을 완료하면서 전문의약품 연구개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제약 아산공장.(사진=경남제약)
 
비용 방어 실패로 수익성 악화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남제약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6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형성장을 이뤘음에도 직전연도(34억원)보다 악화됐으며, 2021년(77억원)부터 3년간 지속된 영업손실이다. 경남제약은 의약외품과 일반의약품의 매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각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남제약은 지난해 6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방탄소년단을 간판 제품인 레모나 모델로 발탁하면서 70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 2021년(646억원)과 2022년(590억원)에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 증가에도 손실 폭이 커진 이유는 의약외품과 일반의약품에 투입되는 비용이 전문의약품보다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의약외품과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약국 등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이에 판매 촉진을 위한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전문의약품 제품 광고선전비가 일반의약품 광고선전비보다 낮은 건 사실"이라며 "아울러 전문의약품 수익성이 일반의약품보다 높고, 헬스케어 수익성이 가장 낮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의약외품인 '레모나산'의 매출은 198억원(매출 비중 2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일반의약품인 자하생력(73억원, 10.7%), 미놀(22억원, 3.3%), 피엠(12억원, 1.8%)과 식품으로 분류되는 결콜라겐(60억원, 8.7%)이 뒤를 이었다. 전문의약품 이외 제품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품에 사용되는 비용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경남제약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와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각각 473억원(69.17%), 278억원(40.69%)이다. 이는 직전연도 각각 426억원(72.21%), 198억원(33.53%)을 투자했던 것보다 늘었으며, 이미 두 비용의 합계가 매출을 넘어선 상태다.
 
활발한 광고 활동도 판매비와 관리비(율) 증가에 한몫했다. 광고 활동에 투자되는 비용인 광고선전비로 지난해 41억원(판매비와 관리비 대비 비율 14.62%)을 사용했으며, 이는 직전연도(28억원, 14.12%)보다 늘었다.
 
 
OTC 연구개발 확대에도 낮은 R&D 비율
 
이 같은 상황에서 경남제약이 지난해 연구개발 품목이 늘면서 신호탄을 쏘는 듯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시작한 연구개발 품목은 기존 제품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들이며, 연구개발비율은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남제약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를 시작한 일반의약품은 ▲파워리버350연질캡슐 ▲다푸러펜정 ▲경남티어앤톡모이스쳐점안액1.0% ▲셀지민 플러스정 등 총 8개로 기존 제품의 새로운 맛을 추가한 품목이다. 이외에도 건강기능식품(KN-P01), 기능성 원료(KN-A01)도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연구개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음에도 경남제약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율)은 17억원(2.43%)에 그쳤다. 지난 2021년 20억원(3.07%)을 투자한 이래로 2022년 18억원(2.99%)를 거쳐 계속해서 감소했다.
 
연매출액 1000억원 이하로 경남제약과 비슷한 매출 규모의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다소 낮은 수치다. 경남제약보다 매출액이 작은 삼성제약(001360)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율은 7.09%(37억원)이다. 이어 ▲삼아제약(009300) 6.18%(64억원) ▲서울제약(018680) 5.98%(31억원) ▲고려제약(014570) 3.48%(28억원)도 큰 규모는 아니지만 3%이상으로 나타났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허가를 받은 일반의약품에 새로운 맛을 추가로 연구개발하면서 소비자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하고 있는 품목들"이라며 "기존 품목 외에도 신규 일반의약품 출시를 위해 시장조사와 함께 꾸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ETC 진출 상징했던 제천공장…매각 완료
 
통상 일반의약품이나 동물의약품을 통해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문제는 경남제약이 ETC제품에 주력하기 위해 설립하려 했던 제천공장을 매각했다는 점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올해 1월25일 제천공장의 매각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남제약은 일반의약품 매출에서 벗어나 전문의약품 사업 확장을 위해 제천공장 설립을 진행했던 바 있다. 2009년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KGMP) 공장을 신축하기로 하면서 기공식을 개최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사의 재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경남제약은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2022년 12월 제천공장의 산업용지와 건설중인 공장 매각을 결정해 올해 마무리 지었다.
 
이에 지난 2021년말 기준 213억원 수준이던 건설중인자산은 지난해 매각예정비유동자산 등으로 분류된 후 올해 매각이 완료됐다. 경남제약이 전문의약품 개발에 나서려던 행보가 끊긴 것이다. 이에 경남제약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연구개발 확대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경남제약은 OTC 전문 기업으로 일반의약품과 함께 트렌드에 맞는 건강기능식품 신제품 개발과 출시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또한, 보유 중인 ETC 품목에 대한 추가 개발과 판매는 지속할 예정이며, 현재 전자약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신규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보고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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