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건설 품은 DL이앤씨…'합병 vs 매각' 선택 주목
자회사 편입 후 합병 및 매각 등 가능성 열려 있어
토목·건축 등 동일 사업 진행…회사 간 '시너지' 의문
DL이앤씨 측 "어떤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공개 2023-11-14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17: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내년 DL건설이 DL이앤씨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인 가운데 ‘편입 이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향후 말 그대로 ‘자회사’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DL이앤씨가 DL건설을 흡수합병하거나, 매각할 수도 있는 구조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DL이앤씨(375500)DL건설(001880)이 주식교환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내년 초 주식 교환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DL이앤씨는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고, DL건설 주주에 1대 0.3704268의 교환 비율로 교부하는 주식 교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한 DL건설의 임시주주총회는 오는 12월21일에 개최되고, 주주총회 승인 이후 내년 2월께 주식 교환을 마무리한다. 같은해 3월 DL건설은 비상장회사가 된다.
 
양사는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동일한 건설업을 영위하는 모자 관계의 회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동시 상장돼 있는 이중 상장 구조를 해소하고, 자본 및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DL이앤씨, DL건설 지분 100% 확보 이후 행보 ‘촉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DL이앤씨가 갖고 있는 DL건설 지분은 63.94%(보통주 기준)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하면 ‘완전 자회사’가 된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모회사,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발생할 수 있는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DL이앤씨와 DL건설의 자본 배분, 리스크 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L이앤씨 관계자도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DL이앤씨와 DL건설은 플랜트 부문을 제외하고 완전히 같은 사업영역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가 각각 상장 돼 밸류에이션 저평가가 불가피했다”라며 “향후 완전자회사로서 서로간의 자금 대여, 보증 등에서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DL이앤씨의 판매(영업) 조직은 플랜트사업본부와 토목사업본부, 주택사업본부로 이뤄져 있고 DL건설의 경우 토목사업본부, 주택건축사업본부로 구성돼 있다. 주택사업의 경우 양사 모두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브랜드로 주택개발사업과 도급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발주공사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같은 사업 영역을 두고 각기 다른 두 회사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흡수합병·매각 가능성 제기…"현재로선 검토 안해"
 
다만 이처럼 완전자회사로서 모자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흡수합병, 또는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특히 흡수합병의 경우 현 시점에서 가장 용이한 방식이다. 현행 상법에서 모회사가 완전 자회사를 흡수합병할 경우 이사회 승인으로 합병승인 주주총회를 대신하는 ‘간이합병 방식’이 적용된다. 주식매수청구권 역시 행사되지 않는다. 또한 합병 이후 신주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기에 추가 비용도 소요되지 않는다.
 
이에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흡수합병과 매각 모두에 대한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 흡수합병의 경우 완전히 같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두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흡수합병할 경우 두 회사간 임금격차는 해결해야 될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DL이앤씨의 토목본부 남성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5300만원이고, 주택본부 남성직원의 경우 4500만원을 받는다.
 
이에 비해 DL건설의 경우 토목사업본부 남성직원은 1인당 4600만원, 주택건축사업본부 남성 직원은 4000만원을 받는다. 평균 10% 이상의 임금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만약 양사의 흡수합병이 결정될 경우 DL건설 임직원들의 임금을 DL이앤씨 수준으로 상향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 역시 주요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DL건설의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DL건설이 DL이앤씨의 완전 자회사로 탈바꿈한다면 매각 절차 역시 간소화된다. 현재로서는 주주총회에 안전을 상정하고, 주주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다만 현재 침체된 건설경기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가치가 평가절하돼 있는 상태이고, 기존 DL건설이 수주한 사업장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과정에서 DL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한 금리 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매각을 결정한다면 이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DL그룹은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에이플러스디(ADP)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정리’에 나선 바 있다. DL그룹의 복합시설 및 호텔 등을 개발하는 디벨로퍼로 출범했던 ADP는 글래드호텔앤리조트와의 합병으로 청산되는 것이다. 이달 27일이 양사의 합병 기일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계열사의 청산이지만,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행보를 보인 만큼, DL건설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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